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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롤로그

유학... 겉으로 보기엔 참 어렵게 보이며 막상 하고는 싶지만, 경제적, 심리적, 환경적, 선천적 등등 수만가지 이유로 마음을 접게 만드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그리고 가장 큰 두 문제는 결국 돈 문제와, 언어 문제일 것이다. 필자도 고등학생 때 막연히 유학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으나 거론된 두 문제만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아 남들과 같이 수능에 집중하고 있었던 차에, 친구의 소개로 알게된 국비 유학생 시험에 합격하여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그 이후로 미국과 한국에서 공대쪽 분야에서 몸 담았다가 현재는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 (Max Planck Institute) 박사과정 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


유학을 선택함에 있어서, 유학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참 큰 문제일 것이다. 유학 자체가 인생의 큰 터닝 포인트임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데이터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유학을 결정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었다. (실제로 필자도 일정부분 그러한 면이 있었다. 하하 ㅋㅋ;;;) 따라서, 필자가 경험한 공대를 기준으로 나라별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 다섯가지 항목 (1. 연구수준, 2. 연구 시설, 3. 연구속도, 4. 졸업 후 전망, 5. 학생복지) 으로 비교 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런 비교는 어디까지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안타깝게도 필자가 다닌 학교들이 그 나라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반론이 있다면 댓글로 공손하게 달아주시면, 필자도 곰곰히 생각해보고 답글을 공손히 달 생각이다. 이 글의 목적은 나라마다의 차이를 설명함에 있지, 유학지의 우열을 가리자는 목적이 아님을 밝힌다.


1. 한국

우리의 조국! 한국부터 살펴보자. 사실 15년 전만 하더라도 유학을 갈 수 있다면 가는 것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유리했다. 한국에서 유학을 나가는 숫자 자체가 적었음에 반해, 외국어를 잘하는 직원을 뽑으려는 기업의 수요는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기업은 내수에서 수익을 얻는 것보다, 공업 제품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여 수익을 창출하므로, 당연 유학생들이 조금은 더 환영을 받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다를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유학생의 숫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유학생 개개인의 교육상태도 편차가 심해져, 유학이 개인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법이 없어졌다. 그래서 한국의 공대기준 상위권 대학의 수준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한국하면 속도이다.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연구에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논문 나오는 속도가 빠르다. 연구시설도 정말 좋은 편이다. 실제로 필자가 미국에 있을때 대전 K 대학교에서 공부하신 형이 미국 주립대의 연구시설이 K대에 비해서 좀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MIT랑 비교하면 또 어떨진 모르겠지만, 필자가 한국에서 연구했을 때도 시설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 논문의 양적 개수에 치우친 나머지 전반적인 질적 수준은 아쉬운 면이 있다. 해마다 진행되는 연차평가에 논문 편 수가 중요한 평가의 기준인데, 이 기준 때문에 한국 대학교의 교수님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교수님 입장에서는 이 숫자를 어떻게든 맞춰야 하니 자연히 한 연구주제에 관해서 깊이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학생 복지는... 뭐 말할 것도 없다. 생략한다. 졸업 후 전망은 중간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 이건 한국의 취업 시장이 안 좋은 점 + 한국의 경제규모가 다른 유학지에 비해서 작기 때문에 오는 일자리의 양적, 질적인 불리함 때문에 좋은 점수를 주기가 힘들다.


2. 일본


최근 노벨상을 수상하는 일본 학자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에 빗대어 일본이 한국보다 연구는 더 잘한다며 일본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필자가 느끼기엔 요즘엔 평균적으로는 한국 연구자들이 좋은 논문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반면 일본 연구문화의 강점이라면, 교수가 한 연구주제를 가지고 평생 깊게 파고 든다. (우리나라는 뭐랄까...조금 트렌디한 연구를 잘 캐치하여 follow up을 잘하는 느낌??) 따라서, 남들 신경 안쓰고, 전세계 연구 흐름에 신경 안쓰고 내갈길 가겠다는 스타일에는 일본이 유학지로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보통 일본의 박사과정은 3년에 끝난다. 최소 4년을 해야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현격히 짧고, 따라서 성과가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건 기초가 약할 가능성이 살짝 있다! 아..물론 비교하자면 말이다.) 그리고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 대학교로 임용을 목표로 유학을 일본으로 간다면 조금 힘들 수 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주변에 있다. ^^) 그러나 노동력이 부족한 현재 일본의 상황에서 일본 내 취업은 상당히 잘 되는 편이라 한국보다는 졸업 후 전망이 조금은 더 높다고 평가하고 싶다. 또한 유학생에게 주는 장학금 제도도 잘 돼 있는 편이다. 전액을 주진 않지만, 100% 사비 유학생의 경우는 학비 (일부) 감면 제도도 있으므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유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3. 미국


미국은 간단하다. 돈이 있다면, 또는 교수가 월급을 보장해 준다면 당장 떠나라! 하지만, 주의할 점은 모든 면에서 경쟁모드이기 때문에 학생 생활 자체가 힘들다. 숙제도 많고, 교수님의 압박도 심하고, 무엇보다도 영어로 생활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석박사 미국유학은 자연스레 한국사람끼리 어울리게 되고, 그래서 영어가 (생각보다) 더 안늘고... 의 반복이다. 외국인에게 학교가 주는 금전적 혜택도 거의 없다. 그러나 미국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많다. 이제 미국 대통령도 바꼈으니 이 기조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러나 최강대국 미국 답게, 높은 연구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어느정도 속도도 나오는 편이다. 미국 교수님들도 한국 교수님들 처럼 일을 많이 하신다. 실제로 필자가 새벽 4시에 교수님께 연구관련 질문 메일을 보냈는데, 바로 답장을 해 주셔서 당황한 적도 많다. 그리고 실제로 교수님들이 과로 때문에 몸의 일부를 수술하는 경우도 봤다. 하지만, 힘든만큼 보상도 크다. 미국에서 학위한 분들은 대개 전세계 어디서든 환영을 받는 편이다.


4.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필자가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있기 때문에 독일 대학 사정은 잘 모른다. 따라서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본다면, 연구 수준, 연구 시설 모두 정말 정말 훌륭하다. 대부분의 경우, 돈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살 수 있다. 그러나 단점도 있는데, 연구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연구소 내에 구비된 시설을 활용하는 경우는 괜찮지만, 고가의 장비 구매라든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는 여름, 겨울 휴가 시즌에는 3주 정도씩 쉬어버리기 때문에 일 진행이 확실히 더딘 편이다. 정말 좋은 점은 학생 복지 측면.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들어온 막스 플랑크 연구소 박사과정 학생의 경우, 3년 짜리 계약서를 작성하여 월급을 받는다. 많은 편은 아니지만, 보험도 커버되고, 학생 할인 혜택이 많아 가장 안정적인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한국의 호봉제처럼 햇수가 바뀌면 월급이 오르기 때문에 박사 말년 차에는 적지 않은 금액으로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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