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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9일.

12월의 독일은 정말 너무 할게 없다. '일을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가 늦게 떠서 일찍 지고, 사람들 대부분 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사실 일할 의욕도 나지 않는다. 독일에서 두번째 겨울을 맞고 있는 나도 이런데, 평생 여기서 살아온 독일인들은 얼마나 심심할까? 그래서 더더욱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기는 것 같다.



큰 도시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약 3주간 매일 진행된다. (일요일에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슈투트가르트 및 주변 도시 두 곳의 크리스마스마켓은 거의 11월 말에 시작해서 12월 22일 정도까지 하는 것 같다. 작년에는 마켓이 거의 끝나는 시기에 가서 날씨가 추워서 올해는 마켓이 시작되자마자 가보았다. 그런데 올 겨울은 작년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날씨가 좋았는데, 또 날씨가 정작 너무 좋으니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긴다는 느낌이 좀 떨어졌다.



일단 배고프니 뭐라도 먹고 시작해야 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대표적인 음식이라면 와인을 끓인 글뤼바인 (Glüwein) 인데, 우리 부부는 배가 고파 그전에 간단하게 뭘 먹기로 결정했다. 마켓의 물가는 대부분 비싼 편이다. 우리가 산 것은 빵 사이에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구워준 햄버거? 같은 것인데, 그렇게 넣고 소스를 뿌려 먹는데 6유로를 받았다. 6유로면.... 독일에서는 맛있고 큰 케밥을 하나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또다른 볼거리는 지붕 장식이다. 들리는 말로는 슈투트가르트 지역 마켓의 지붕이 화려한 편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지붕 장식 대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대부분의 지붕 장식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것이거나 기독교 문화에 관한 것이다.



슈투트가르트 크리스마스 마켓은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처럼 한바퀴 돌면 끝나는 그런 규모가 아니다. 서울 시청 앞 광장 보다 더 큰 슐로스플라츠 (Schlossplatz) 광장도 마켓으로 꽉 차 있으며, 시청인 Rathaus 까지 마트들이 계속 이어진다. 작년 마켓은 사람이 미어 터질 정도로 많아서 시청까지는 못가봤는데, 올해는 여기도 구경할 수 있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이 시청이다.



사실 저기로 걸어가게 된 계기는 예쁜 글뤼바인 컵을 찾기 위해서였다. 글뤼바인을 한잔 시키면 컵의 보증금도 같이 지불하고, 다 마신 컵은 가져도 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게에 반납하고 보증금을 받게 된다. 게다가 컵은 파는 가게마다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예쁜 컵을 파는 가게를 찾았다.



글뤼바인을 파는 아저씨가 센스있게 다른 디자인의 컵을 하나씩 줬다. 컵에 그려진 건물도 모두 슈투트가르트를 대표하는 건물들이다. 게다가 바덴 뷔르템부르크 주의 상징인 노랑 배경의 검은 말그림이 딱! 우리는 이 컵이 마음에 들어 반납하지 않고 집으로 가져왔다.



위 사진은 마켓의 모습인데, 향초도 팔고, 옛날 독일 건물의 미니어처도 팔고, 가방도 팔고, 장식품, 먹거리 뭐 다 판다. 볼거리가 다양하다. 마감하기 5분전에 찍은 것이라 한산하지만, 사실 주말 저녁엔 저런 거리들이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이런식으로...



슐로스플라츠 광장의 한쪽에는 스케이트장도 설치돼 있었다. 사진에서는 쓸쓸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엄청나게 낭만적이다. 내일은 중세풍 컨셉의 마켓인 에슬링엔 크리스마스 마켓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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