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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주요 도시를 오가는 저가형 고속버스인 플릭스버스 (Flixbus) 라는 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플릭스트레인 (Flixtrain) 에 대한 소개 (클릭) 가 있었고, 이번에는 슈투트가르트-프랑크푸르트 구간을 직접 이용해 본 후기를 올리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추이다. 이유는 아래서 설명한다.
1. 정확하지 않은 출발, 도착 시각
우선 슈투트가르트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갈 때는 무려 50분이나 늦게 출발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슈투트가르트-베를린 노선의 출발지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 50분이나 지연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회사에서 준비한 열차가 몇 없어, 우리가 이용하려는 기차가 앞 스케줄을 소화하고 슈투트가르트에 늦게 도착하여 그만큼 늦어진 것이었다.
늦기만 하면 다행이지, 기차가 일찍 도착한다고 해서 더 기다려주지 않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열차는 무려 30분이나 일찍 와서 이미 떠나고 없었다. 따라는 필자는 이 기차를 놓쳐 결론적으로 못탔다. 나만 못탄 것이 아니라, 시간에 맞춰서 도착한 많은 관광객과 독일인들도 대부분 타지 못했다. (30분 일찍 대기해서 탄 사람이 있긴 한걸까?)
참고로, flixbus의 경우, 앱을 이용하면 버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트래킹하여, 버스가 일찍 오거나 늦게 오는 것에 대한 대응이 어느정도 가능한데, 플릭스 트레인의 위치 트랙킹 시스템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었다.
2. 기차 지연, 빠른 출발에 대한 회사의 안일한 대처
기차가 너무 일찍 와, 그것을 놓친 독일인들이 회사에 전화해서 대책 물었는데, 회사의 대응은 "IC급(무궁화급) 이하의 DB (도이치반) 열차를 이용하여 슈투트가르트로 내려가서 DB에 환불 신청을 하라"였다. 마침 티켓 값이 비싼 토요일 저녁에 ICE급 (KTX급 고속열차) 은 많아도 IC는 한시간에 한대? 정도 였다. 게다가 왜 Flixtrain 에게 비용 반환 청구를 하는게 아니고 아무 잘못 없는 도이치반에 비용 반환 청구를 해야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독어를 잘 못하는 필자는 깔끔하게 도이치반 이용을 포기하고 다음날 싼 티켓을 찾아서 Flixbus 를 이용하여 내려왔다.
다음날, 인터넷으로 플릭스 트레인 측에 비용 반환 클레임을 넣었는데, 돌아온 답변은 "120분 이상의 지연이 아닌 경우에는 비용 반환 접수가 되지 않는다." 였다. 과연 어제 IC를 타고 내려간 독일인들은 어떻게 비용을 돌려 받았을까 궁금하다.
아무튼, 내 잘못도 아니었는데 괜한 돈 날리고, 시간 날리고, 스트레스만 쌓였다.
3. 낡은 객차와 시설
기차가 들어오는데, 기차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요즘 시대에 출입구가 자동으로 열리는게 당연한데, 이건 손으로 손잡이를 돌려야 열렸다. 문을 닫고 출발할 때는 어떻게 닫는지 참 궁금하다. 기관사가 걸어가면서 다 닫는 것일까?ㅎㅎ
찬찬히 객차 내부를 둘러보니, 80-90년대 도이치반에서 운영했던 열차를 그대로 인수하여 굴리는 것 같았다. 관리 상태만 보면 우리나라 무궁화호 보다 조금 더 낡은 것 같았다.
지정석과 자유석이 구분되어 있는데, 아직 시행 초기라 그런지 영어 안내가 없다. 필자는 처음에 지정석 칸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그 칸이 자유석을 위한 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속 자유석쪽 칸을 향해서 찾아갔다. 창문에 'Freie Platzwahl (Free seat)" 라는 마크를 본 이후에야 자유석 칸임을 알 수 있었다.
화장실도 보면 다 옛날 스타일이다. 도이치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마크들이 눈에 띈다. 마지막으로 사업 시행 초기라 아직 내부 와이파이와 220 볼트 코드를 꽂는 곳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플릭스 트레인 열차 겉 디자인에는 둘 다 가능한 것처럼 페인트칠이 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1. 빠른 이동시간
플릭스 버스와 비교해서도, 심지어 IC급과 비교해서도 더 빠른 것 같다. 150 km/h ~ 180 km/h 은 충분히 나오는 듯한 속도였다.
2. 넓은 좌석과 안정적인 승차감
좌석 하나하나가 폭이 상당히 넓다. 예전 우리나라 열차도 그랬던 것처럼... 따라서 앉았을 때 답답함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낡은 객차가 이렇게나 빨리 달리는데도 의외로 승차감이 좋았다. 객관적으로 우리나라 무궁화호 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우리나라 무궁화호 노선은 선로가 조금씩 끊어져 있어 덜컹하는 소리가 나는데, 독일 선로는 모두 연결돼 있어 덜컹거림이 없었다.) 표현을 하자면, 15만 km를 달린 구형 벤츠를 타는 느낌이랄까? ㅎ
총평
정시성이 가장 큰 장점을 가지는 기차의 매력을 생각해 봤을 때, 이 상품은 정말 0점자리 상품이다. 게다가 환불도 쉽지 않고, 하루 이틀의 일정 조정도 쉽지 않은 여행객들이 리스크 테이킹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상품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추천한다.
교통비를 정 아끼고 싶다면 차라리 Flixbus 를 타라
이동 시간이 중요하다면 DB (도이치반) 의 Sparangebote (기차 변경이 안되는 할인 티켓) 을 이용하라
같은 주 (State) 내 이동이라면 Regionale Angebote 를 이용하라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위 세가지 방법보다 더 싸게 가고 싶다면, 플릭스트레인을 타라!
이다. 아직은 이것을 안심하고 이용할 때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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